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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는 봄』 — 〈아내의 유언〉 | 떠나는 순간에도 함께 가고 싶은 마음 본문

기다리는 봄/4부

『기다리는 봄』 — 〈아내의 유언〉 | 떠나는 순간에도 함께 가고 싶은 마음

holyhill 2026. 1. 11. 13:00

💍 『기다리는 봄』 — 〈아내의 유언〉 | 떠나는 순간에도 함께 가고 싶은 마음

안녕하세요. 시인 박영률입니다.

이 시를 쓰며 저는
말의 길이가 아니라
말이 도착하는 자리를 오래 생각했습니다.
유언은 남기는 말이지만,
그 속에는 살아온 삶의 결이
가장 솔직하게 드러납니다.
〈아내의 유언〉은
죽음을 말하는 시가 아니라
끝까지 관계를 붙드는 사랑의 고백입니다.

 

이 작품은 기독교 시로서의 고백이며,
현실 인식의 가장 조용한 자리에서
하나로 선 사상이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함께 데려가려 하는지를
짧고 단단한 언어로 남긴 시입니다.
사랑은 끝나는 순간에도
혼자가 되지 않기를 선택합니다.

 

📜 시 전문 | 〈아내의 유언〉

아들아, 딸들아
사랑하는 아들딸아
내가 이 땅에서 이사하면
네 아버지와 합장해 주려므나

 

네 아버지가 너무나 바쁘게 살아서
많은 시간 함께 하지 못했으니
긴 여행이라도
같이 하고 싶은 것이
이 어미의 마음이란다

 

제발
청개구리는 되지 말아라

 

🌿 시 해석 — 마지막까지 관계를 먼저 생각하는 마음

이 시에서 유언은 명령이 아닙니다.
부탁이며,
간절한 소망입니다.
‘합장해 달라’는 말은
죽음 이후의 문제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삶 전체를 하나로 묶으려는 의지입니다.

 

아내는 아버지의 바쁜 삶을
원망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 시간을
죽음 이후라도
함께 건너고 싶어 합니다.
긴 여행이라는 표현 속에는
삶도, 죽음도
혼자가 아니라
동행이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문학·사상적 맥락 — 하나됨은 끝에서 더 분명해집니다

《하나로 선 사상과 문학》의 맥락에서
이 시는 통합의 최종 지점을 보여 줍니다.
삶에서 이루지 못한 함께함을
죽음으로 보완하려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함께’라는 방향을
놓지 않겠다는 선언입니다.

 

기독교 시로서 이 작품은
죽음을 단절로 보지 않습니다.
관계는 육신이 멈춘 뒤에도
기억과 사랑으로 이어집니다.
“청개구리는 되지 말아라”라는
마지막 당부는
순종의 강요가 아니라
사랑의 방향을 어기지 말라는
부드럽지만 단단한 요청입니다.

 

🙏 마무리 — 떠나서도 함께 가는 길

이 시를 다시 읽으며
저는 제 삶의 관계들을 돌아봅니다.
혹시 바쁘다는 이유로
함께하지 못한 시간들을
너무 쉽게 넘기고 있지는 않았는지
스스로에게 묻게 됩니다.

 

떠나는 순간에도
함께 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잊지 않게 해 달라고,
살아 있는 지금
동행의 시간을 더 소중히 살게 해 달라고
오늘도 저는 기도드립니다.

 

사랑은
마지막 순간에도
혼자가 되지 않으려는
결단임을 이 시는 조용히 가르쳐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