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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한 언덕 박영률의 시집방
『기다리는 봄』 — 〈가을풍경 1〉 | 익어가는 계절 위에서 마음도 함께 무르익다 본문
🍁『기다리는 봄』 — 〈가을풍경 1〉 | 익어가는 계절 위에서 마음도 함께 무르익다
안녕하세요. 시인 박영률입니다.
이 시를 쓰며 저는
가을이 어느 순간부터
보는 계절이 아니라
밟고, 맡고, 흔들리며
온몸으로 스며드는 계절이 된다는 사실을 느꼈습니다.
가을은 조용히 익지만,
익어갈수록 더 많은 것을 내어놓습니다.
〈가을풍경 1〉은 묘사의 시이면서
마음의 상태를 고스란히 드러낸 시입니다.
이 작품은 기독교 시로서의 고백이며,
현실 인식의 계절 한복판에서
하나로 선 사상이 말하는
풍성함과 나눔의 질서를
가을의 몸짓으로 풀어낸 시입니다.
가을은 이미 충분했고,
마음도 그 풍성함에 취해 있었습니다.



📜 시 전문 | 〈가을풍경 1〉
감나무에 단감이 익어가듯
가을이 주렁주렁 익으니
가을도 풍성하게 익고 있다.
익어가는 가을에 취한 마음이
시인의 마음이라
낙엽을 밟으며
가을을 밟고 즐긴다.
어느새 가을은 농익어
주렁주렁 달린 과일 향이
가슴을 적신다.
가을은 색동옷 입고
억새의 물결은 바람을 일으켜
은빛 바다가 일렁거린다
억새는 몸끼리 부대끼며
사각사각 노래하며 춤추고
사람들은
억새의 축제를 즐긴다.



🌿 시 해석 — 익는다는 것은 내어주는 일입니다
이 시에서 가을은 배경이 아닙니다.
가을은 주체입니다.
주렁주렁 익고,
향기를 내어놓고,
몸을 흔들어 바람을 일으킵니다.
저는 이 시에서
‘익는다’는 말을 반복해 사용했습니다.
익는다는 것은
안으로만 채우는 일이 아니라
밖으로 흘려보내는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가을이 농익을수록
향기는 멀리 퍼지고,
사람의 마음은 저절로 젖어듭니다.
낙엽을 밟는 행위는
계절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계절과 함께 호흡하는 몸짓이었습니다.



✨ 문학·사상적 맥락 — 하나됨은 풍성함 속에서 시작됩니다
《하나로 선 사상과 문학》의 맥락에서
이 시의 가을은 나눔의 계절입니다.
충분히 익었기에
서로 부대끼고,
서로 흔들리며
소리를 냅니다.
억새의 물결이 은빛 바다가 되는 장면은
개별이 모여 전체를 이루는 모습입니다.
억새 하나하나는 가볍지만,
함께 흔들릴 때
장관이 됩니다.
기독교 시로서 이 작품은
풍요를 소유로 보지 않습니다.
풍요는 나눌 수 있을 때
비로소 완성됩니다.
가을이 축제가 되는 이유는
그 안에 함께 즐길 여백이 있기 때문입니다.



🙏 마무리 — 지금, 무엇이 익어가고 있는가
이 시를 다시 읽으며
저는 제 삶에
지금 무엇이 익어가고 있는지를 돌아봅니다.
아직 푸른지,
아니면 이미 향기를 내고 있는지
조용히 스스로에게 묻게 됩니다.
서두르지 않게 해 달라고,
충분히 익을 때까지
기다릴 수 있게 해 달라고,
익은 뒤에는
기꺼이 나눌 수 있게 해 달라고
오늘도 저는 기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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